[김순덕 칼럼]낙태율 반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한다고? 난슬플땐힙합을춰

하나씩만 낳아도 초만원이라더니… 저출산대책=낙태죄 들이댄 정부
헌법재판소 낙태죄 공개변론… 합헌 결정 6년 만에 바뀔까
여성의 몸은 인구통제 대상 아니다
김순덕 논설주간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1980년대 정부 시책에 따라 딸 하나만 낳은 모범국민인 나도 독박 육아를 떠올리면 새삼 분노가 치민다. 중국은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도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가 목표에 따라 정관수술도, 낙태도 마다하지 않은 국민이 얼마나 착한지 절감할 따름이다. 형법엔 낙태죄가 있지만 순전히 인구 감소를 위해 정부는 낙태죄에 사실상 눈감아 왔다. 2010년까지는.

국민적 대책이 없진 않았다. 초음파 태아 성감별이다. 그 결과 1985년부터 여아 100명 당 남아의 성비(性比)가 109, 112로 치솟으면서 2006년 106으로 돌아오기까지 20년간 남자가 많아진 남초(男超)의 나라가 됐다. 군 입대 성수기 경쟁이 유별나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 때는 여학생 짝꿍도 모자라더니 이젠 취직도, 장가도 어려워져 여혐(여성혐오)이 생겨난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들이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1960년대 가족계획 표어를 따를까 걱정될 판이다.

(...)

낙태를 금지시켜 인구를 늘린다는 정책은 낙태를 통해 인구를 감소시키는 것만큼이나 전체주의적 발상이었다. 영장류에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암컷은 새끼를 키우기 어려우면 자연유산을 하거나 낳은 자리에서 잡아먹는다. 다른 놈이 잡아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낙태가 합법인 국가일수록 낙태율 감소가 뚜렷하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 협력기구인 미국 구트마허연구소의 최근 연구 결과다. 비혼모도 출산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할 만큼 지원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선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이 모범을 보이지 못할 일을 정부가 국민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80409/89516704/1#csidx115d56ec63b9aa18b7edde0758fa95e